여행후기
우리의 오늘은 그러므로, 행복하였다 | |
---|---|
|
|
아침 일찍 일어난 언니들을 따라 <소소한, 행복한 숲길>을 걸었다.
햇살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팔랑거리는 나뭇잎들 사이에서 숨바꼭질하듯 너울너울 반짝거렸고,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숲을 풍성하고 찬란하게 그려내고 있었다. 살짝살짝 굽이지며 난 흙길 따라 몇 걸음 걷다보니 우거진 숲 사이로 작은 개울도 나오고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. 소란스럽지 않은 평화로움-얼마만의 일인가, 마치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댁에 갈 때 들었던 순수하고 막연한 들뜸이 생각났다. 그때 마침 앞서가던 언니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개울에 쭈그리고 앉더니 세수를 했다. "막내야, 너도 해봐. 물이 맑고 미끄러워서 피부가 당기지도 않고, 엄청 시원해!" 두 손 가득 떠올린 물은 손가락 사이로 쪼르르르 빠져나갔다. "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"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고개 숙이고 손에 물을 떠서 얼굴에 가져가는데, 몇 번의 작은 몸짓이었을 뿐인 그 순간 행복감과 감동이 밀려왔다. 아~감사하다!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어서 감사하고, 어렸을 때의 순수함을 잊지 않아서 감사하고, 이렇게 언니들과 함께 할 시간이 있어 감사하다... 어제 저녁 식사 시간이 생각났다. 누군가 나를 위해 내어놓는 음식은 국수 한 젓가락일지라도 맛도 맛이지만 그 마음에 감사하고 게다가 정성이 듬뿍 들어간 걸 알게 된다면 감동은 배가되는데, 어제가 그랬다. 직접 농사 지은 채소들과 제일 좋은 식재료로 만들어 낸 여러 가지 음식들이 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테이블 위에 아름답고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고, 작은 수반에 꽂혀 있는 노오란 꽃 하나가 어찌나 앙증맞던지 슬몃 미소가 지어졌다. 우린 모두 "와~" 감탄사를 연발하며 대접받는 느낌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말들을 하며, 눈으로 호강하고 맛으로 만족하고 마음으로 풍족하고 흡족한 식사를 했다. 그러니 이야깃 거리는 또 얼마나 풍부했을까, 몇 잔의 술에도 긴 여름 밤은 또랑또랑하게 깊어갈 뿐이었다. "엄마는 좋겠다" "왜" "학교도 안 가고 매일 노니까" 어느 덧 어른이 된 아이가 말했다. <열심히 일 하다가 며칠 편하게 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> 벌써 그런 걸 알아버리다니... 쉬는 날엔 되도록이면 일단 밖으로 나가라고 얘기한다. 사람이 너무 많이 붐비지 않는, 유명하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, 너무 알려지지 않은...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어른이 되어가고 지쳐버리는 것 같다. 그들이 일상이든 걱정거리든 잠시 잊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혹은 혼자라도 쉬어갈 수 있는 나만의 <곳>을 찾아 잠시만이라도 쉬었으면 좋겠다. 잠시 멈춤일 뿐이니 잠시만 잊고 아주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. 마음에 아무 것도 이고지고 가지 말 것, 다만, 숲의 소리와 내음과 풀잎에 맺힌 이슬이어도 좋고 빗방울이어도 좋을 풀잎과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간지러움을 온전히 느낄 것, 그리고 마음 다해 그 시간과 그 곳과 사람을 사랑 할 것. 우리에게 산소리에서 지낸 지난 주말, <그러므로 행복하였다> 오늘을 다시 기쁘게 살 추억이 늘어가는 시간이었다. |